+ 해성보육원 뒷 이야기...

조회 수 3296 2010.06.13 19:01:23
★벼리★
동생이 싸이월드에 남긴 글 몰래 훔쳐왔어요 ㅋㅋㅋ
-
반말하고, 이유없이 때리고, 남의 말 듣지도 않고,
대화할때 상대방과 눈을 마주칠지 몰라도........

너희에 비하면 나는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에..
너희가 사랑과 관심이 부족해서 그런걸 알기에..

이해해. 그리고 그냥...미안해.

비록 반말이더라도 또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줘서 고맙고,
이유없이 때리더라도 내가 옆에 있다는걸 알아서 다행이고,
100번말해서 1번들었지만, 한번이라도 들어줘서 고맙고,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날 믿고 의지해준거 고맙고,

달려와서 웃으면서 볼에 뽀뽀해준거 잊지않을게!

잘지내! 꼭 또 갈게.
-
해성보육원과 상록보육원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해성보육원은 수녀님들이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그런지 조금 엄격한 분위기??
모든 어린아이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참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많더라구요.

저와 그림 같이 그렸던 지현이도 그랬어요,
지현이는 되게 조용조용하게 생겨서 처음에는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묵묵히 그림만 그리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옆에서 쫑알쫑알~
"지현아, 이모가 마음에 안드니?, 지현이 몇살이야?, 지현아~지현아~~"
이랬더니 좀 맘이 풀어진 듯 나중에는 얘기도 좀 해주더라구요
(다른 아이들은 게임하러 가고 뛰어다니느라 정신 없었거든요 ㅋㅋ)

지현이는 6살인데,
열심히 그리는데 짖궂은 남자아이가 와서 막 때리고 가도 아무 내색없이 묵묵히 그림만 그리더라구요..오히려 제가 더 놀랐어요... 그리고 아무 내색 없는 지현이가 참 안쓰럽더라구요...
그림을 다 그리고 들어갈 시간이 되자
자기가 그린걸 챙기고, 말없이 크레파스를 정리하고,
제가 남은 종이도 더 갖다 줬는데,
안쓴 종이도 챙겨서 안쓴 종이 모아둔 곳에 가져다 놓는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는 정리하는걸 싫어하기도 하고 잘 못하기도 하거든요 ㅎㅎ
저는 지현이보다 4.5배쯤 더 살았는데 지현이한테 배우고 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현이 생각이 자꾸만 나요..

지우님 생일을 맞아서
(매년 느끼는데 어쩌면 그렇게 날씨도 좋은 날 태어나셨는지!)
보육원 한 켠의 작은 광장에서 나무 아래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율동하고.. 정말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지우님 생일,
2010년 6월 11일은 해성 보육원 어린아이들에게 작은 기쁨의 한 조각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쁨과 사랑의 시간이 갖는 건강한 힘으로,
지우언니가 더욱 잘 되었음 좋겠구요 ^-^

지우언니 좋은 날, 좋은 때에 태어나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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