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조회 수 3117 2010.04.01 01:46:19
가끔은 삶이 지겹다고
컴퓨터 끄듯이 RESET 버튼을 누르고 싶은 날이 있어요.
오늘같이...

지겹다는 표현은 너무 감사의 느낌이 없으니까
그럼...

삶이 어렵고 힘든 날...그냥 눈을 감고
나를 끄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고..
그런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할께요.

몹시 차가운 바람에 눈이 말라
순간 눈이 젖어 올때...이것이 눈물인가 하는 착각을 만드는
그 순간처럼...

나를 감춰야하는 시간들이 나에게 오는 순간에는
눈을 감아버리는데...
이제는 그게 눈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차피.

그냥 그런 추운 날에는 바람이 차니까 눈물이 나는거니까.
삶은 원래 힘든거니까 술을 마시면 마음이 젖어 무거워 지는 거라구.

내가 무슨 통증에 하소연을 하여도
벙어리가 되어서 그렇게 혼자가 되네요.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 날이 다시 왔으면
제 인생에 봄날이 드는 날일텐데... 이 겨울은 너무 길기만 합니다.


+            +            +            +             +               +              +  

저는 밴쿠버 2010 올림픽에 의료봉사단에
자원봉사를 하고 왔답니다.

Georgia 나라의 Luge 선수사망시
Sara Cook 미국선수 부상시 등
밴쿠버 산 위 위슬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현장에 있었는데

가장 마음을 찡하게 했던 순간은
올림픽보다는 장애자 올림픽이었답니다.

러시아 Cross Ski 선수가 앞을 못 보는데 ..
옆에 가이드와 같이 달리는 한 여자 선수.
이벤트(경기)가 끝이 나면 치아치료를 위해 옵니다.
그러다가 메달 Qualify가 안되고 나서는 매일 왔었어요.
가이드의 손을 잡고...
6번 정도를 보니까...마음이 움직이더군요.
러시아에서는경제적인 이유에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두 손 걷어부치고..
사랑니발치에, 신경치료에, 미용까지..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했답니다.
이번에 캐나다 IOC Commisioner 중 한 사람이 치과의였거든요.
재료나 기기가 아주 좋아서 할 수 있는만큼 했는데...
그 Elaine이라는 여자선수 지금은 러시아에서 잘 살고 있는지 몰라요.
+          +           +            +            +            +             +
사람 몸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

장애자가 부상이 더 많았어요.
솔직히...왜 저렇게까지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죠.

다리가 없으니 중심을 못 잡아 넘어지고 얼굴이 피멍이 들어 실려오고
허리가 어긋나고...남은 다리하나가 상하고..하니까요

하지만, 떠나는 날..알게 되었답니다.
그 날 오후에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위슬러 산수 풍경은 절경이었습니다.

마지막 진료 후, 스텝들과 나오는데...
모여있는 장애선수들이 서로들 무슨이야기가 그리 재밌었는지..
서로들 정겹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순간,
이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살아있는 이유일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존재감을 흠뻑 느끼는 순간 사람은 호흡이 가빠지지 않나요.

사람은 날씨가 좋아서 그냥 호흡 하는 것에 감사하기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순간..그때서야  호흡을 기억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제 피어오르는 봄날에는 저도 호흡을 감사할 수 있는
제 나름대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이 겨울이 끝이나는 날...지우씨도 하나의 꽃이 되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댓글 '2'

daisy

2010.04.01 10:29:39

욱님! 안녕하셨어요?
장애인 올림픽 이야기에 가슴 뭉클했습니다.
스타지우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봄이 오면 지우씨도 하나의 꽃이 되어 피어나기를...미 투, 미쓰리...

vovos

2010.04.03 20:32:33

욱님~ 안녕하세요?
먼곳에서도 따뜻한 맘으로 애쓰시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치과의사샘을 하지 않으셨다면 ....
아마도 멋진 글쟁이가 되셨을 것 같군요.

건강하시고 자주 뵙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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