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유럽 로케이션, 일본의 경우 어떨까?

[스포츠서울 2006-05-10 14:02]  
  
스포츠서울] 이국적인 풍광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일본 방송계와 영화계에서 유럽 로케이션 촬영이 주춤해진 것은 지난 90년대부터다.
90년대는 일본의 ‘거품’ 경제가 붕괴된 시기로, 극심한 경제 불황이 몰려오면서 영상물 공급자와 수용자 모두 ‘탈아입구’(脫亞入歐)의 환상에서 벗어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유럽 등지에서의 해외 촬영에 점차 흥미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한국에 체류중인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 간노 도모코씨는 “90년대 이전까지 특히 선남선녀들의 가벼운 연애담을 다루던 일련의 트렌디 드라마들이 유럽의 경치를 카메라에 담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주 시청자들이 유럽 관광과 현지에서의 명품 소비를 선망하던 20~30대 미혼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거품이 빠지면서 우선 제작비의 군살을 빼자는 움직임이 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시청자들의 취향이 드라마의 겉모습보다는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영화도 마찬가지. 70~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의 근사한 풍광을 그림엽서처럼 아무 의미없이 찍던 분위기가 90년대에 접어들며 자취를 감췄다. 최근 들어 유럽 로케이션 촬영으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이탈리아가 주요 배경이었던 ‘냉정과 열정사이’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스코프의 츠치다 마키 기자는 “일본 영화계는 내용 전개상 필요하지 않다싶으면 유럽 로케이션을 자제하고 있다. 이제는 유럽에서의 촬영이 관객을 유혹하는 요소로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조성준기자 w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