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기근인가? 여성역할 기근인가?

여배우는 흥행성·관객동원력 없어!
생동감 있는 여성역할 언제 줘봤나?

출연:조기자, 여배우A, 감독B, 작가C,
남배우D, 제작자E, 평론가F

조기자:오늘 이 가상대담 자리에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으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모든 게 비밀이니까 맘대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눈치 볼 것도 없구요. 아시죠?



남배우D:도대체 이게 뭐 하자는 자리죠? 매니저한테 언뜻 들어서.

조기자:네. 별 건 아닙니다. (땀 뻘뻘) 요즘 한국 영화가 전성기라고 하잖아요. 대박난 영화도 많구요. 그런데 속칭 대박난 영화, 대박 노리는 영화일수록 여성 캐릭터가 없습니다. 물론 여배우들이 안 나온단 이야기는 아니구요. 나오긴 나오는데, 뻣뻣하기가 바짝 말린 노가리 같거나, 별 볼 일이 정말 없잖습니까? (싸늘한 분위기를 보곤 말하다 말고 쩔쩔매며 찌그러든다) 저… 최근에 개봉한 <살인의 추억> 보셨나요?

대부분 “그래서?”표정. 일부만 고개 끄덕끄덕.

조기자:영화 좋죠?

작가C:그래서요?

조기자:영화는 좋은데, 거기 그나마 비중 있는 여자가 미스권 혹은 권순경으로 나오는 여경찰이잖아요. 같은 경찰이지만, 다른 남자 경찰들이 찍어온 현장 사진 현상 인화 심부름이나 커피 타주는 심부름이나 하고요. 그나마 좀 경찰다운 게, 꼭 여자가 필요해서 쓰는 데나 동원되잖아요. 왜 범인 잡으려고 미끼용으로 비 오는 날 거리를 걷게 한다거나. 그런데 그 여경찰 정말 개성 없는 캐릭터 아니었나요? 송강호나 김상경 말고도 다른 남자들은 성격이 딱 보이고 캐릭터가 변하고 참 기 막히게 잘 만들었는데, 왜 여자 캐릭터는 그 모양일까 하는 생각 혹시 안 해보셨어요?

감독B:잠깐만요. 아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요. <살인의 추억>이 뭐가 어쨌다고 그러는 겁니까? 생각해보세요. 머리가 있으면. 그건 80년대 저 시골 경찰서를 그린 영화예요. 그때는 그랬어요. 아니 리얼리티를 살린 게 죄예요? 솔직히 말해보세요. 그 여경 말이에요. 딱 거기에 어울리지 않던가요? 괜히 맨날 또 하는 말하면서 여성역할 어쩌구 트집 좀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여성이라고 조연을 키우란 겁니까? 영화의 완성도를 해치우면서까지요? 봉준호 감독이요. 여성을 비하하는 사람 아닙니다. <플란더스의 개> 보세요. 배두나, 살아있지 않습니까?

지나가던 관객:아따. 그 아저씨, 감독이라더니 말 정말 길게 하시네. 길게 말하면 멋져 보여요? (말 한 마디하고 끌려나간다)

제작자E:말 참 이상하게 하시네요. 말 잘하는 것도 죕니까?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요. 여배우들 정말 연기 못해요. 발음도 대대대대. 그나마 남자들만 데리고 영화 할 수 없으니까, 양념상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끼어주는 거지요. 저번에 제가 현장에 나가서 모 여배우가 연기하는 거 보고, 속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러고도 배우라고 몇 억씩 줘야하다니. 나참. 돈이 아까워요. 돈이. 그나마 얼굴이랑 몸매가 죽여주니 참았지. 보는 맛이 있으니까. 연기력은 그렇다 쳐요. 뭐 여배우가 연기로 배우 하는 건 아니니까, 그건 그렇다 쳐도, 그럼 관객 동원력이라도 있어야잖아요. 여배우들이 관객 동원력이 있습니까? 이름 대면 사람들이 우르르 보러오게 만들 배우가 누가 있습니까? 하다 못해 누구 나왔다 하면 투자자라도 와락 붙게 만들거나. <씨네21>에서 제작자들을 대상으로 개런티 줄만한 배우 톱10 조사를 했는데요, 그 중에 여배우가 딱 한 명 들었다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 명이 누구긴요. 전지현입니다. (감독 옆구리를 쿡 찌르며) 뭐 전지현은 연기력이 좀 되지?

여배우A: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아닌가요? 그렇게 치면 남자 배우도 마찬가지인 거 아닌가 싶네요. 그 팬 많다는 장동건이 관객 동원력 있었던가요? 아니면 그 연기 잘한다는 설경구가 있던가요? 솔직히 말해보지요. 없잖아요.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건, 영화가 재밌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재밌는 영화에 여배우도 주연 줘보세요. 남자배우 옆에 끼인 양념성 주연 말구요. 장동건이 거의 거저로 출연했다는 <해안선> 이요. 그거 관객 얼마 들었죠?

평론가F:망했습니다.

여배우A:(주춤) 이런 말 하긴 싫지만요. 뭐 이름이 안 나간다니 말해야겠어요. 여배우가 똑똑한 척하면 싫어한다고 매니저가 난리난리 쳐서 저도 말 안 하고 살았는데요. (고개 휙 돌려 기자를 쳐다보며) 확실히 이름 안 나가는 거 맞죠? (재차 확인한 후) 남자배우들이 잘 나서가 아니구요. 그들을 주연으로 한 영화만 만들잖아요. 살인의 추억, 와일드 카드, 선생 김봉두, 광복절 특사… 그리고 또 뭐 있죠? 최근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요. 그런 영화들 보세요. 상업적 영화들엔 여성 캐릭터란 게 아예 없어요. 있으면 눈요깃거리 양념이죠. 그저 깨부수고 웃기고 그런 영화들이니 그런다고 쳐요. 왜 여배우들을 주연으로 한 영화가 없죠? 질질 짜거나 여배우 벗기기로 작정한 거 말구요.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있는 게, 다 저예산에 독립영화류 영화잖아요.

평론가F:잠깐만요. 여배우씨. 저도 말 좀 합시다. 그러고 보니 말 잘 하네. 저번에 인터뷰할 땐 피식피식 웃기만 하더니. 그건 그렇고, 여배우씨 말대로 그런 문제들을 영화들 탓할 건 아니라고 봐요. 우리나라에 쓸만한 여배우가 없는 건 사실이죠. 충무로에 이런 말이 있어요. 뭔가 역할을 맡길래도 맡길 배우, 물론 여배우 말입니다. 배우가 없다. 다들 거기서 거기인데다, 있는 치들도 보통 몸 사립니까? 막말로 CF 이미지 버린다고, 좀만 품위 깎이는 역할은 하지도 않으려고 하잖아요. 오죽 배우가 없으면, 은퇴한다고 나간 심은하에게 백지 수표 운운하며 너도나도 매달리겠냐구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톱배우라는 고소영도 <이중간첩>에서 그게 뭡니까? 여배우들은 말이에요. 쇼핑하고 성형외과나 들락거릴 시간에, 연기 공부 좀 해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여배우A:뭐라구요? 우린 뭐 그러고 싶은 줄 아나요? 평론가씨도 여배우 해보세요. 연기력은 볼 생각도 않고, 얼굴 쓰윽 보고 캐스팅 하는 감독들 이야기나 해보지요? <와일드 카드>에 한채영 캐스팅한 게, 누군데요? 말은 그렇게 해도 얼굴 먼저 보고 뽑잖아요. 여자라고 다 연기 못하는 거 아닌 거 아실텐데요. 연기 잘하는 여자들도 많아요. 얼굴이 안 따라줘서 그렇지. 왜 그런 여배우들 데려다가 주연시킬 생각은 안 하나요? 설경구나 송강호 같이 생긴 여배우에게 누가 배역을 줄 거 같아요? 양념용 조연용 아줌마 역할 말구요.

조기자:(얼른 끼여든다.) 자 자 자. 진정들 하세요. (박카스 좌악 돌리며) 이거 마시고, 진정들 하시고 힘냅시다. 이런 건 어떤가요? 여자 주인공인 영화가 없는 건 아니죠. 있긴 있어요. 그런데 하나 같이 딱 정해져 있어요. 엽기적인 그녀죠.

제작자E:그거야 그런 영화들이 재밌고, 관객들에게 먹히니까 그런 거죠.

조기자:그런 영화들이 요즘 많죠? 엽기적인 그녀를 대표로, 동갑내기 과외하기, 오! 해피데이… 조폭 마누라도 사실 엽기적인 그녀죠?

작가C:여성들이 그렇게 좀 깨게 나오는 게 관객들에겐 재밌나봐요. 예전 같이 그냥 예쁘고 청순가련한 스타일보다.

감독B:그렇죠. 그런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들이 흥행이 되니까 자꾸 만들어지는 거죠.

조기자:그나마 그건 최근에 나온 캐릭터죠? 원래는 아주 청순가련형이거나, 아니면 섹시한 악녀거나 그랬잖아요. 아니면 악녀는 그만두더라도 섹시하거나. 색즉시공이나 몽중담 같은 경우도 섹스 대상으로만 보이지, 별로 그녀들 개성은 전혀 안 보이던데.

여배우A:저한테 들어오는 시나리오 태반이 그래요. 사랑밖에 난 모르는 바보, 천치거나 아니면 왜 이리 벗기려들 드는지 원. 남자배우들이야 고를 여지라도 있지, 여배우들은 눈을 씻고 고르려고 해도 고르고 자시고 할 게 없어요. 여배우더러 연기공부 운운 이전에 시나리오 작가들이야 말로 사람 공부 좀 해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왜들 그리 여자들을 모르는지. 그리고 <와일드 카드>나 <살인의 추억> 형사 역할, 왜 여배우는 못한다고 단정하죠? 여배우 버전 투캅스도 재밌지 않나요? <투캅스3>같이 웃기는 여경찰 말구요.

작가C:(‘저 여자 바보 아냐?’식 눈길로 바라보며)그건 시나리오 이전에 개런티 액수나 따지다보니 시나리오가 없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그리고 작가들도 모르는 게 아닙니다. 그런 영화는 흥행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시나리오를 사주는 영화사는 없습니다. 이번에 개봉한 <질투는 나의 힘>보세요. 여성 캐릭터가 살아있다 어쩐다 그러지만, 결국 흥행에 참패했잖아요. <미소>도 그런 케이스구요. 제작비 없어 쩔쩔 매다, 그나마 추상미란 배우가 전폭적으로 밀어서 영화로 겨우 만들어진 경우잖아요. 작가 탓할 건 아니죠. 그런데 그 영화, 어디 극장에나 걸리겠어요?

여배우A:그렇게 축 가라앉고 자기 속으로만 침잠 하는 캐릭터 말구요. 멋진 여성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여자가 모 아니면 도죠? 남자들은 그렇게 다양하게 만들면서.

작가C:허허 참. 여배우가 주연인 시나리오는 제작자들이 쳐다도 안 본다니까요. 제작자들이 바봅니까? 뻔히 흥행에 안 되는 영화에 돈 대게. 영화를 보는 젊은 여성들부터 그런 영화에 등돌리잖아요.

조기자:잠깐만요. 도저히 이야기가 끝이 나질 않는군요. 제한된 지면상 그만해야겠습니다. 닭이 먼저다, 달걀이 먼저다 꼴이군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듭니다. <시카고>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같은 영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영화들 같은 경우는 영화도 재밌으면서 여성 캐릭터도 살아있잖아요.

제작자E:캐서린 제타 존스나 르네 젤위거, 줄리아 로버츠 만한 배우가 있다면 또 모르죠. 그나마 괜찮던 심은하도 없고. 지금 쓸만한 여배우가 누가 있나요? 여배우더러 외모 보지 말라는 것은, 개그맨더러 유머감각 보지 말란 말과 같은 거예요. 현실을 알아야지. 다들. 우리가 무슨 자선봉사단도 아니고.

조기자:이런. 결국 또 외모 지상주의 문화나 관객들의 편향된 입맛 탓인가요?

제 생각엔 여배우들이 좀 더 힘이 세졌음 좋겠습니다. 줄리아 로버츠나 누구처럼 제작자로 입김을 키우던가. 남자배우 누구처럼 영화 줄거리까지 좌지우지하는 여배우가 나와서, 근사한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재밌는 흥행영화가 팍팍 만들어지게 힘 좀 쓰면 좋겠네요. 뭐 꿈인가요? 할 말 많으신 건 알지만, 이상으로 가상대담을 마칩니다. 짝짝짝. (혼자 박수친다. 분위기 썰렁하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출처=여성신문



댓글 '4'

꿈꾸는요셉

2003.05.17 23:08:38

이런 기사도 있나요?
쉬운 얘기를 무척 어렵게들 하셨군요...
각 자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합시다.
이상 끝....

★벼리★

2003.05.17 23:17:32

지우언니가.. 작품을 못고르는건..지우언니에게도 모아니면 도뿐이어서 그럴까요? 지우언니..흥행은. 나중문제라고 생각되요.. 모아니면 도 아닌 작품이면..출연하세요...ㅡ.ㅠ 글구.. 전 저 글 읽으면서..아직까지도..울 나라 사회는..남성 중심이구나..절실히 느꼈습니다.....

soc

2003.05.18 09:53:44

영화계뿐만 아니라 다른 연예계 분야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상품성을 인정받는 것이 현재의 상황
입니다. 그것은 남성스타들의 능력이 여성스타들
보다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남성스타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서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연기력
이나 노래실력 이런것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많은 여성팬들이 동성인 여성스타들에게도
많은 성원을 보내준다면 대형여성스타들이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2003.05.18 11:29:50

저는 어제저녁 중간쯤 읽다 저절로~ 잠들었어요~
토미님 같이 압축하고 요약한 글로 만들어 올려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
글을 보자마자~ 넘 분량이 많아~ 읽는것에 우선 부담이와서 진도가 안나가다보니~~
잠이 술술~ 온 것이지요~~
저는 책도 두꺼운 책은 안읽는 답니다
맘 먹고 책사도 몇페이지 못읽고 함흥차사지요
그래서 그후론 책도 꼭 필요한 책만, 내용도 간략히 집약된 책만 산답니다
사실 1,000 페이지 책이라도 중요핵심사항은 50페이지도 안되니까요
물론 소설책은 별개이겠지요
그래서 그많은 책을 읽고 요약해서 올려주시는 토미님을 생각할 때마다,
물론 책읽는 자체를 즐기며 보람으로 여기므로 그러하지만...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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