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님<가을잎>

조회 수 3119 2002.09.25 19:44:08
온유


가을 잎


가을 가고 찬 바람 불어 하늘도 얼고
온 숲의 나무란 나무들 다 추위에 결박당해
하얗게 눈을 쓰고 발만 동동 고르고 있을 때도

자세히 그 숲을 들여다보면
차마 떨구지 못한 몇개의 가을잎 달고 선
나무가 있다 그 나무가 못 버린 나뭇잎처럼
사람들도 살면서 끝내 버리지 못하는
눈물겨운 기다림 같은 것 있다

겨울에도 겨우내 붙들고 선 그리움 같은 것 있다

아무도 푸른 잎으로 빛나던 시절을 기억해주지 않고
세상 계절도 이미 바뀌었으므로
지나간 일들을 당연히 잊었으리라 믿는 동안에도
푸르른 날들은 생의 마지막이 가기 전 꼭 다시 온다고

죽은 줄 알았던 가지에 잎이 돋고 꽃 피고
설령 그 꽃 다시 진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 있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 생도 짙어져간다는 것을
믿는 나무들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내내 버리지 못하는 아픈 희망
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푸르른 그리움과 발 끝 저리게 하는 기다림을




댓글 '6'

꿈꾸는요셉

2002.09.25 19:57:23

온유님.. 님의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끝을 알수없는 방황의 끈을 마음껏 풀어보고 싶은 시간의 여유를 주시네요... 고마워요.

김문형

2002.09.25 22:39:42

온유야. 가을이 되니 모두둘 시인이 되는거 같구나. 시도 음악도 넘 좋다. 편한밤 되기를...

이영진

2002.09.25 22:48:27

끝내 버리지 못하는 기다림... 제게서 그 기다림은 이제 그리움이 되었습니다...온유님 글과 음악 너무 좋네요 잘 보구 갑니다

미혜

2002.09.26 02:03:31

온유님을 비롯하여 가족들 모두다 가을 타나봅니다..하나하나 생각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시네요..이제 생각같은거 안할려구 했는데^^ 영진님의 글도 와 닿네요...기다림은 이제 그리움이 된다..................................

봄비

2002.09.26 08:26:47

열심히 댓글을 달다보니 우리 가족전부 가을을 타나요...저 우산은 너무 작아서 저 같은 사람은 어림도 없네요.. 지우산 따로 하나 장만 해주면 안될까요..ㅎㅎ

달맞이꽃

2002.09.26 08:27:44

고마워요 온유님 ~~~마음이,,따뜻해져옴을 이,아침 많이 느끼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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