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귀천(歸天)>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본향(本鄕)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몸은 흙으로, 영혼은 하늘나라로. 아침에 집을 나갔다가 저녁에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죽음은 완전히 떠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살이 함께 하며 나누던 마음을, 그 온기를 우리 가운데 영원히 남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이 곳에 오려니 문득 이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마치 아침에 집을 나갔다가 저녁에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일본에서 온 지는 몇 일 되었습니다. 원래는 일주일 예정으로 출장을 갔는데 생각보다 일의 진척이 빨라져 몇 번 국내에 들어온 것을 빼 놓고는 그동안 일본에 있었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남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제대로 들러보지도 못한 못된 형이 됐지만 말입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로는 계속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동생이 굉장히 위험했었나 봅니다.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생에게 갔는데...
원래 몸이 좀 약했는데, 자기가 그동안 하던 일을 정리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나 봅니다.
동생이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차라리 제가 아프면 아팠지, 핏줄이 아픈 것을 보려니...
지금도 치료에 지쳐서 자고 있는 동생 옆에 있는 간이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의사 말로는 위험한 단계는 지나갔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형의 입장으로 동생을 보면 걱정이 됩니다.
'이 자식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전우익의 <사람이 뭔데>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전나무는 마당밭에 심어 사시장철 봅니다.
뙤약볕도 견디고 한겨울엔 한 달 가까이
눈을 덮어쓰고도 앙증맞게
버티고 사는 걸 봅니다.
얼마나 덥게 얼마나 춥게 살 수 있나,
곧 얼마나 폭넓게 살 수 있나,
그래서 멋지게 크는구나,
그 놈 보면서 느껴요.
춥게 살고 덥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걸.
인생의 나무에도 뙤약볕과 폭설은 무시로 내립니다. 그걸 피하려 하거나, 춥고 덥게 사는 것을 마다하면 멋지게 크는 나무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이란 마음쓰기에 따라, 하는 말 쓰는 글에 따라 나무줄기와 열매의 빛깔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전 잠들어 있는 제 동생이 지금 내리는 뙤약볕과 폭설 가운데에서 멋있게 컸으면 합니다.
일본에서 헌책방을 들렀다가 조카가 읽을만한 그림책을 한 권 골라 보았습니다.
제목은 '旅の繪本 -여행그림책'입니다.
먼저 이 책의 느낌을 적자면...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그림들.
글씨 없는 그림책.
언뜻 보면 그냥 예쁜 그림책 정도로 보이겠지만 그것만으로 이 책을 평가하긴 이릅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수많은 '숨은 그림'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처럼 단순한 숨은 그림 찾기 식의 그림책을 상상하시면 안 됩니다. 평화롭고 안온한 목가적 풍경, 활기 넘치는 유럽의 저잣거리와 마을 모습 안에는 조카에게 보여주기 위해 구입을 하였지만은... 어른들도 예상할 수 없는 명작들이 숨어 있습니다. 아이들 그림책 한 켠에 밀레의 '이삭줍기'나 고흐의 그림이 몰래 자리잡고 있다면... 어느 누가 알아차릴 수 있겠습니까...
'안노 미츠마사'의 이 그림책 스물 한 장면 속에는 얼추 오십여 가지가 되는 숨은 이야기가 시침떼고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숨은 이야기들은 앞서 말했던 고흐나 밀레의 명작에서 장화 신은 고양이, 피노키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의 동화, 지은이 자신의 깜찍한 장난 등 아기자기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꾸민 소재들로 꾸며져 읽을 때마다 새로운 테마들을 만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숨은 그림들을 모두 찾아내는 게 이 책의 목적은 아닙니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림책을 읽으면서 제 조카가 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한 권의 책에서 하나의 이야기만을 얻어내는 것이 아닌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제 조카가 스스로 보탤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두서가 없습니다.
그리고 쓰는 자세도 불편하고 말입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입니다. 물론 제 종교는 기독교이지만 일본에서는 교회에 제대로 가 보지를 못했습니다. 우리가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십자가 대신 일본에서는 네온사인만 보여서 말입니다.
아무튼 날이 밝으면 절에 가는 분들이 많을 터인데 그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 있습니다.
티벳불교의 제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Tenzin Gyatso)가 쓴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가장 큰 평온은 사랑과 연민을 키워가는 데서 나온다.
다른 이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자기 마음은 더 풍요로워진다.
다른 이에게 친근하고 따뜻한 감정을 갖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느긋해진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궁극적인 성공을 거두는 원천이다.
좋은 밤 되세요.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귀천(歸天)>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본향(本鄕)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몸은 흙으로, 영혼은 하늘나라로. 아침에 집을 나갔다가 저녁에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죽음은 완전히 떠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살이 함께 하며 나누던 마음을, 그 온기를 우리 가운데 영원히 남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이 곳에 오려니 문득 이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마치 아침에 집을 나갔다가 저녁에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일본에서 온 지는 몇 일 되었습니다. 원래는 일주일 예정으로 출장을 갔는데 생각보다 일의 진척이 빨라져 몇 번 국내에 들어온 것을 빼 놓고는 그동안 일본에 있었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남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제대로 들러보지도 못한 못된 형이 됐지만 말입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로는 계속 병원에 있었습니다.
제가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동생이 굉장히 위험했었나 봅니다.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생에게 갔는데...
원래 몸이 좀 약했는데, 자기가 그동안 하던 일을 정리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나 봅니다.
동생이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차라리 제가 아프면 아팠지, 핏줄이 아픈 것을 보려니...
지금도 치료에 지쳐서 자고 있는 동생 옆에 있는 간이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의사 말로는 위험한 단계는 지나갔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형의 입장으로 동생을 보면 걱정이 됩니다.
'이 자식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전우익의 <사람이 뭔데>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전나무는 마당밭에 심어 사시장철 봅니다.
뙤약볕도 견디고 한겨울엔 한 달 가까이
눈을 덮어쓰고도 앙증맞게
버티고 사는 걸 봅니다.
얼마나 덥게 얼마나 춥게 살 수 있나,
곧 얼마나 폭넓게 살 수 있나,
그래서 멋지게 크는구나,
그 놈 보면서 느껴요.
춥게 살고 덥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걸.
인생의 나무에도 뙤약볕과 폭설은 무시로 내립니다. 그걸 피하려 하거나, 춥고 덥게 사는 것을 마다하면 멋지게 크는 나무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이란 마음쓰기에 따라, 하는 말 쓰는 글에 따라 나무줄기와 열매의 빛깔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전 잠들어 있는 제 동생이 지금 내리는 뙤약볕과 폭설 가운데에서 멋있게 컸으면 합니다.
일본에서 헌책방을 들렀다가 조카가 읽을만한 그림책을 한 권 골라 보았습니다.
제목은 '旅の繪本 -여행그림책'입니다.
먼저 이 책의 느낌을 적자면...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그림들.
글씨 없는 그림책.
언뜻 보면 그냥 예쁜 그림책 정도로 보이겠지만 그것만으로 이 책을 평가하긴 이릅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수많은 '숨은 그림'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처럼 단순한 숨은 그림 찾기 식의 그림책을 상상하시면 안 됩니다. 평화롭고 안온한 목가적 풍경, 활기 넘치는 유럽의 저잣거리와 마을 모습 안에는 조카에게 보여주기 위해 구입을 하였지만은... 어른들도 예상할 수 없는 명작들이 숨어 있습니다. 아이들 그림책 한 켠에 밀레의 '이삭줍기'나 고흐의 그림이 몰래 자리잡고 있다면... 어느 누가 알아차릴 수 있겠습니까...
'안노 미츠마사'의 이 그림책 스물 한 장면 속에는 얼추 오십여 가지가 되는 숨은 이야기가 시침떼고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숨은 이야기들은 앞서 말했던 고흐나 밀레의 명작에서 장화 신은 고양이, 피노키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의 동화, 지은이 자신의 깜찍한 장난 등 아기자기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꾸민 소재들로 꾸며져 읽을 때마다 새로운 테마들을 만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숨은 그림들을 모두 찾아내는 게 이 책의 목적은 아닙니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림책을 읽으면서 제 조카가 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한 권의 책에서 하나의 이야기만을 얻어내는 것이 아닌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제 조카가 스스로 보탤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두서가 없습니다.
그리고 쓰는 자세도 불편하고 말입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입니다. 물론 제 종교는 기독교이지만 일본에서는 교회에 제대로 가 보지를 못했습니다. 우리가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십자가 대신 일본에서는 네온사인만 보여서 말입니다.
아무튼 날이 밝으면 절에 가는 분들이 많을 터인데 그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 있습니다.
티벳불교의 제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Tenzin Gyatso)가 쓴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가장 큰 평온은 사랑과 연민을 키워가는 데서 나온다.
다른 이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자기 마음은 더 풍요로워진다.
다른 이에게 친근하고 따뜻한 감정을 갖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느긋해진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궁극적인 성공을 거두는 원천이다.
좋은 밤 되세요.
댓글 '19'
변은희
토미님의 이름을 보니까 심장이 두근두근했습니다.글들을 썼다가 지우기를 두 번 했습니다.솔직히 토미님의 글을 보고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동생분의 아픔과 토미님의 마음때문이 아닙니다....... 토미님의 존재가 그동안 저한테는 한없이 컸었나 봅니다.토미님을 뵙지 못했던 시간들이 참으로 허전했습니다.토미님의 처음글부터 오늘의 글까지 모두 다 고마움과 존경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토미님의 정성스러운 글들로 저의 마음이 더 예뻐졌고 아름다워졌습니다.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토미님의 글들을 읽었습니다.저의 마음이 토미님의 글을 그리워했습니다.오실 것을 믿으면서도 제 마음의 한 구석에서는 많이 걱정을 했나 봅니다.오늘 토미라는 글자로 인해 저의 마음이 벅찹니다.다시 뵙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