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밥상...

조회 수 3095 2002.04.21 06:13:35
토미
     나는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요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하지만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부류가 아니다.
     나는, 요리에는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밖으로 나가든지 음악이나 책에 몰두하고 싶다.

  <조화로운 삶>의 주인공 헬렌 니어링이 말년에 쓴 소박한 요리책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요리책이라고 칭하기보다는 탐식에 길들여진 우리를 일깨우는 참 먹을거리에 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요리 철학 에세이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요리법'을 기대하는 이에게 '요리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으로 혀를 즐겁게 하는 음식이 아니라 몸이 진정 바라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이 책에서는 육류, 생선은 물론이고 흰 설탕, 흰 밀가루도 들어가지 않고, 복잡한 레서피recipe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신선한 야채와 과일, 건강에 좋은 곡물로 만드는 간소하고 맛좋은 음식이 한 상 차려져 있습니다.

  더불어 근 한 세기 동안 니어링 부부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살려 준 조화로운 음식의 참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먹을거리와 먹는 행위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한 요크셔의 농부는 도시에서 온 화장을 많이 한 부인을 보고
     '퇴비가 저렇게 많이 필요한 걸 보니 척박한 땅인가 보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마구 넣는 그 많은 양념이 필요한 음식은 '척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은 다른 첨가물이 아니라 원재료의 맛이 살아 있어야 한다.(199p)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中에 보면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당신의 수입 안에서 생활하라. 얻은 것보다 덜 쓰라. 쓴 만큼 지불하라

  특별히 의미를 쓰지 않더라도 님들도 공감하시리라 여겨집니다.
  아마 우리는 이렇게 살기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이너스 통장에, 월말이면 막아야 하는 신용카드와 백화점 고지서, 게다가 마치 적금 붓듯 들어가는 각종 경조사비...
  정말 위의 글처럼 살아야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번 주에도 습관처럼 서점에 들러 구입한 책이 몇 권 있습니다.
  그 중에 한 권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아직 읽지 않아서 뭐라고 표현하기는 못하지만, 주위의 읽은 사람들 말로는 작가의 표현이 대단히 깜찍하다고 합니다.
  나이 50이 넘은 유부남 작가를 두고 말입니다.
  하긴 이 작가 예전부터 그런 면이 좀 있긴 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읽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中에도 그런 면이 나타납니다.

  나는 언더팬츠 모으기를 꽤 좋아한다. 때때로 직접 백화점에 가서 '이걸로 할까, 저걸로 할까?'하고 망설이면서 대여섯 개를 한꺼번에 사기도 한다. 덕택에 옷장 서랍에는 상당히 많은 팬츠가 쌓여 있다. 서랍 속에 반듯하게 개켜진 깨끗한 팬츠가 쌓여 있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그건 어쩌면 나 혼자만의 특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또 나는 러닝 셔츠도 상당히 좋아한다. 산뜻한 면 냄새가 나는 흰 러닝 셔츠를 머리로부터 뒤집어쓸 때의 그 기분도 역시 '작지만 확실한 행복'중 하나다.

  졸립니다.
  지난 글을 쓰고 사무실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회의 자료 때문에 밤을 새웠더니 좀 피곤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제 좀 자야겠습니다.
  그럼... 기분 좋은 일요일 되세요.


댓글 '3'

바다보물

2002.04.21 10:15:58

토미님도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따뜻한 글 항상 감사히 생각하구요 아이핑계대고 서점이랑은 거릴 두고 살았는데 님이 소개한 책 보러 서점에 들리게 되네요 다음에는 어떤 걸로 저희를 메마르지 않게 하실까요

하얀사랑

2002.04.21 12:56:12

토미님~ 안되는 시험공부에 머리가 좀 아팠었는데 님글 읽고 편안해 집니다,, 문희언니 토미님 행복한 하루 이어가세요..

우리지우

2002.04.21 22:54:35

토미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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