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st칼럼 <강명석의TV보기> - "천국의 계단을 즐기는 방법"
여전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대장금’을 제외한다면, 최근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들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은 SBS '천국의 계단‘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미 같은 PD가 연출한 작품에서 약간 혀 짧은 발음으로 ’실땅님‘이라는 기묘한(?)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던 .최지우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드라마는, 말그대로 폭발적인 관심과 함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폭발적인 관심이라는게 단지 드라마가 좋아서, 드라마가 인기있어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관심은 아니라는 점이다. 콩쥐 팥쥐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는듯한 스토리라인에 비현실적인 설정은 첫회부터 시청자들로부터 “때가 어느땐데...”라는 말을 들었었고, 그 후로도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여러 설정들은 숱한 문제를 일으켰다. 심지어는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엄청나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만 빼곤 멀쩡하게 살아나는 드라마니 요즘 시청자들이 분노할 수 밖에.
그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글쎄, 필자도 이 드라마를 보긴 본다. 그리고 심지어는 가끔씩은 재밌게 보기까지 한다. 단, 이 드라마의 스토리에 공감하며 진지하게 보는게 아니라 피식피식 웃으면서 본다. 이 드라마는 진지하게 보면 말이 안되는게 하나 둘이 아닌 드라마지만, 반대로 지금까지 봐왔던 트랜디 드라마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이었는지 온 몸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재미있게 볼수도 있는 작품인 것이다. 정말 ‘어디까지 가나 보자’하며 ‘설마 그런것까진 안하겠지’싶은 것들을 모두 해버리는 저 ‘대단한’ 드라마에 박장대소하며 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영화 ‘스크림’에서 공포영화의 수많은 공식들을 가지고 놀면서 비웃었던 것과 비슷하다. 물론 ‘스크림’은 그것이 의도적이었던데다가 그것들을 절묘하게 영화속에서 이용했던 반면, ‘천국의 계단’은 자신은 진짜로 진지한데 보는 사람들은 웃는 작품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어쨌건 그런 의도로 보면 충분히 웃을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일단 이 작품을 재밌게 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이 드라마속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단순한지 확인해보는 일이다.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유한 집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 반대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십수년간을 무작정 당하는 여자나 그걸 전혀 모른채 새로운 아내의 말만 듣는 아버지,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눈 크게 치켜뜨고 무조건 악녀 노릇만 하는 또다른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보며 대체 무슨 행동까지 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은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여기에 익숙해졌으면 그 다음에는 이 드라마가 얼마나 의료지식을 무시하고 있는지 따져본다. 교통사고를 아주 크게 당한 여자가 병원도 안갔는데 아무런 데미지없이 기억만 잃은채 깨어난다는 설정이나 불에 시체는 다 탔는데 신분증만 멀쩡히 남는 것은 물론, 주민등록상에 남아있는 지문검사만 해도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정작 그건 확인해보지 않고 서로 맞네 틀리네하며 싸우는건 요즘 시청자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드라마의 스토리를 위해 어쨌든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마저 엿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작품은 아직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꺼리들이 무궁무진하다. 바로 전 씬에서 자신의 오빠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찾아오자 금새 서로 아기자기하게 다투는 모습으로 변하는 널뛰는 극중 캐릭터의 감정선, 그리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상관없이 종종 등장해 여성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권상우의 멋진 모습들도 충분히 즐길만한 요소다. 단점이 한두개면 그것은 작품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만, 그 단점들이 한 곳에 모두 뭉쳐있으면 오히려 좀 ‘다른’ 의미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천국의 계단’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이 작품이 한때 ‘도깨비가 간다’나 ‘아스팔트 사나이’처럼 독특한 소재와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어 그당시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이장수 PD가 연출한 작품이라는 것을 잊는다는 것이다. 그 사실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잊는다면, ‘천국의 계단’은 참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뭔가 씁쓸한 느낌은 버릴 수 없겠지만.
여전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대장금’을 제외한다면, 최근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들중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은 SBS '천국의 계단‘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미 같은 PD가 연출한 작품에서 약간 혀 짧은 발음으로 ’실땅님‘이라는 기묘한(?)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던 .최지우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드라마는, 말그대로 폭발적인 관심과 함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폭발적인 관심이라는게 단지 드라마가 좋아서, 드라마가 인기있어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관심은 아니라는 점이다. 콩쥐 팥쥐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는듯한 스토리라인에 비현실적인 설정은 첫회부터 시청자들로부터 “때가 어느땐데...”라는 말을 들었었고, 그 후로도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여러 설정들은 숱한 문제를 일으켰다. 심지어는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엄청나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만 빼곤 멀쩡하게 살아나는 드라마니 요즘 시청자들이 분노할 수 밖에.
그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글쎄, 필자도 이 드라마를 보긴 본다. 그리고 심지어는 가끔씩은 재밌게 보기까지 한다. 단, 이 드라마의 스토리에 공감하며 진지하게 보는게 아니라 피식피식 웃으면서 본다. 이 드라마는 진지하게 보면 말이 안되는게 하나 둘이 아닌 드라마지만, 반대로 지금까지 봐왔던 트랜디 드라마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이었는지 온 몸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재미있게 볼수도 있는 작품인 것이다. 정말 ‘어디까지 가나 보자’하며 ‘설마 그런것까진 안하겠지’싶은 것들을 모두 해버리는 저 ‘대단한’ 드라마에 박장대소하며 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영화 ‘스크림’에서 공포영화의 수많은 공식들을 가지고 놀면서 비웃었던 것과 비슷하다. 물론 ‘스크림’은 그것이 의도적이었던데다가 그것들을 절묘하게 영화속에서 이용했던 반면, ‘천국의 계단’은 자신은 진짜로 진지한데 보는 사람들은 웃는 작품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어쨌건 그런 의도로 보면 충분히 웃을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일단 이 작품을 재밌게 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이 드라마속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단순한지 확인해보는 일이다.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유한 집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 반대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십수년간을 무작정 당하는 여자나 그걸 전혀 모른채 새로운 아내의 말만 듣는 아버지,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눈 크게 치켜뜨고 무조건 악녀 노릇만 하는 또다른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보며 대체 무슨 행동까지 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은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여기에 익숙해졌으면 그 다음에는 이 드라마가 얼마나 의료지식을 무시하고 있는지 따져본다. 교통사고를 아주 크게 당한 여자가 병원도 안갔는데 아무런 데미지없이 기억만 잃은채 깨어난다는 설정이나 불에 시체는 다 탔는데 신분증만 멀쩡히 남는 것은 물론, 주민등록상에 남아있는 지문검사만 해도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정작 그건 확인해보지 않고 서로 맞네 틀리네하며 싸우는건 요즘 시청자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드라마의 스토리를 위해 어쨌든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마저 엿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작품은 아직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꺼리들이 무궁무진하다. 바로 전 씬에서 자신의 오빠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찾아오자 금새 서로 아기자기하게 다투는 모습으로 변하는 널뛰는 극중 캐릭터의 감정선, 그리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상관없이 종종 등장해 여성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권상우의 멋진 모습들도 충분히 즐길만한 요소다. 단점이 한두개면 그것은 작품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만, 그 단점들이 한 곳에 모두 뭉쳐있으면 오히려 좀 ‘다른’ 의미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천국의 계단’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이 작품이 한때 ‘도깨비가 간다’나 ‘아스팔트 사나이’처럼 독특한 소재와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어 그당시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이장수 PD가 연출한 작품이라는 것을 잊는다는 것이다. 그 사실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잊는다면, ‘천국의 계단’은 참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뭔가 씁쓸한 느낌은 버릴 수 없겠지만.
댓글 '14'
팬
글쎄요...
드라마 시청에 있어서 감정이입은 필수적이 아닌가요?
드라마 상의 주인공에 몰입하지 않고
피식 피식 웃으면서 보는 드라마에서는 연기자의 연기 실수나 발음의 어색함이 더욱 크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은 오히려 감성이 예민한 여자분들이 더 잘 할지 모릅니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음악감상에서도 소름이 오싹 돋는듯한 감동을 느끼려면 그 음악에 몰입하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봅니다.
스토리 자체가 멜로라고 하더라도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장면과 영상을 만들어 내는 배우와 감독의
피나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한 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시청에 있어서 감정이입은 필수적이 아닌가요?
드라마 상의 주인공에 몰입하지 않고
피식 피식 웃으면서 보는 드라마에서는 연기자의 연기 실수나 발음의 어색함이 더욱 크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은 오히려 감성이 예민한 여자분들이 더 잘 할지 모릅니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음악감상에서도 소름이 오싹 돋는듯한 감동을 느끼려면 그 음악에 몰입하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봅니다.
스토리 자체가 멜로라고 하더라도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장면과 영상을 만들어 내는 배우와 감독의
피나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한 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mayberei
최지우, 권상우, 신현준이라는 최강의 캐스팅에
비해 천국의계단 자체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는것도 사실이네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고..
여기저기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주인공들의 연기로 커버되고는 있지만..
만일 지우님이 없는 천국의계단이었다면?
글쎄요..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볼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송주와 정서는 확실히 빛나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스토리나 구성이 아쉬운...
남아있는 절반.. 어떻게 그려질지에 따라서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아까운 작품으로 남게 될 수도 있겠지요?
비해 천국의계단 자체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는것도 사실이네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고..
여기저기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주인공들의 연기로 커버되고는 있지만..
만일 지우님이 없는 천국의계단이었다면?
글쎄요..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볼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송주와 정서는 확실히 빛나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스토리나 구성이 아쉬운...
남아있는 절반.. 어떻게 그려질지에 따라서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아까운 작품으로 남게 될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