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 서해 무의도

조회 수 3131 2003.12.03 09:57:47
한국일보
[길과사람] 겨울바다 - 서해 무의도  
겨울바다에 어울리는 색조는 회색이다. 푸른 빛이 하늘로 치솟는 생명의기운이라면, 회색은 바닥으로 기어드는 소멸의 빛깔이다. 겨울 여행의 테마가 회색 빛의 바다라면, 서해의 갯벌과 그 스멀거리는 파도가 제격이다.

서해 무의도(舞衣島)의 겨울바다가 그랬다. 무의도 실미해수욕장 앞. 황량한 백사장의 서늘한 바닷바람…. 절로 마음이 아린다. 연인 한 쌍이 남기고 간 발자국이 파도에 무너져내린다. 사라지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는 듯이.

서울과 불과 두시간 남짓 거리에서 겨울 무의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인천 중구 용유동. 영종도에서 배로 5분 거리다. 강화군 석모도처럼 차도 배에 싣는다. 지리적으로야 가깝지만, 그 5분의바닷길이 색깔있는 겨울 여행을 연다.

무의도란 이름부터 이쁘다. 안개 낀 날 밖에서 섬을 보면, 말을 탄 장군이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형상으로 보이기도 하고, 옷자락을 나풀거리는 무희(舞姬) 같다고도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철의 시끌벅적함을 묻어버린 섬은 평온하고 고즈넉하다.

무의도의 해수욕장은 실미해수욕장과 하나개해수욕장 두 군데. 실미해수욕장 코앞엔 무인도인 실미도(實尾島)가 있다. 하루 두번 물이 빠지면서 길이 열린다. 걸어서 5분. 실미도는 1960년대 말 특수부대원들이 북파 훈련을 받았던 곳. 1971년 북파 목적의 특수부대원들이 섬을 빠져나와 청와대로 돌진하다 전원 자폭했던 사건을 다룬 영화 ‘실미도’가 이달말 개봉될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촬영이 올 봄과 여름 이곳에서 진행됐지만, 부대 막사 등 영화 세트장이 지금은 모두 철거됐다. 아쉽다.

실미해수욕장에서 빠져나와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옮기자, 때아니게 사람들이 웅성댄다. 3일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장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곳에서 찍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최지우, 권상우, 신현준 등이 출연하는 사랑이야기.

주인공 권상우가 하나개 해변 한 가운데에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을 한 창찍고 있었다. 해변 뒤로는 드라마 촬영용 별장이 세워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서 계속 남겨둬 하나개 해변을 대표하는 조형물로 삼을 예정이라고 한다. 하나개 해수욕장은 예전에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촬영장소로도 이용됐던 곳이다.

이름없는 북파 공작원들이 지옥훈련을 받았던 곳이 도심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씻는 관광지가 되고 멜로영상물의 촬영장소가 되다니…. 세월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무의도는 최근 영종도와 함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국제적인 종합해양관광단지 조성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행여 지금의 평온함을 잃기 전에 서둘러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무의도는 여의도 보다 조금 더 커, 제법 규모가 있는 섬이다. 섬 양쪽으로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0m) 두 봉우리가 솟아 등산로도 안성맞춤이다. 두 세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두 봉우리에 오르면, 위쪽으로 인천 국제공항이 내다보이고 서해쪽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위에서 수많은 섬들이 점멸한다.

서해바다의 백미는 단연 낙조다. 그런데 종일 잔뜩 찌프린 구름이 심술을부린다면?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희부연빛깔의 해변에서 바로 회색의 색채, 그 겨울바다의 참 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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